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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들/여행누리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하나

風酒醉雨 2024. 5. 28. 09:45

1. 여전히 강은 거기서 흐른다.

어디로 갈까?

생각도 준비도 없이 그냥 배낭에 카메라만 달랑 들고 집을 나섰다. 일단 역으로 가자. 밤꽃이 만발한 산허리를 돌아가는 향기와 아주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이 수원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서로 충돌하며 약간의 흔들림을 나에게 선사할 뿐. 오랜만에(?)에 혼자 가는 여행, 스스로의 결정, 스스로의 선택,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어디로 가야 할 지 결정하는 것이 이렇 게나 힘들 줄이야. 부산으로 갈까? 지금 출발하면 저녁 6시 도착인데 시간이 어중간하지 않을까? 좀더 기다려서 밤에 출발할까? 아님 목포? 좀 더 가까운 장항? 약간의 고민 끝에 그래 부산에서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나 혼자만의 여행은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 시작되었다.

13 16분 수원역 출발, 부산역 도착 예정시간 18 14.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한가로움이라 표현해야 할까? 모내기가 막 끝난 벌판 그 위로 떠가는 뭉게구름, 하늘이 너무 맑다. 그래서 불안하다. 조치원역을 막 지날 때쯤, 금강의 한 지류인 미호천, 3년이라는 세월을 지나면서 아니 그 후로도 종종 지나다니면서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그렇게 스치듯 지나면서 흘러가는 방향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후회하지 말자. 강은 언제나 거기서 흐르고 있다. 다만 내가 그곳에 없을 뿐이지!

18 18분 부산 도착

4년전에 한번 왔었는데 별로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시간이 어정쩡해서 일단 역에서 가까운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새벽처럼 활기찬 모습이 아닌, 저물어 가는 황혼을 보이듯 힘겨운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들 자잘치 시장에서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후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이 서지 않을 때는 정보를 구해야겠지? PC방으로 가서 부산에 대한 정보 검색, 교통편 확인 등등, 다음 목적지를 포항으로 정하고 교통편 확인, 통일호 기차가 있는데 하루에 3, 오후 2 10분에 있고 저녁 6시에 있다. 포향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부선 일정을 좀 줄여야겠다.

약간은 띵한 머리로 태종대, 용두공원, 을숙도를 둘러보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 싶었는데 시간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 기차를 탈 수 없었다. 시외버스를 타고 포항 도착, 장기곶으로 가기 위하여 시내버스에 올랐다. 구룡포까지 20, 구룡포에서 20분 정도 버스를 기다리고 다시 20분을 달린다. 그 장기곶으로 달려가는 길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아직도 우리나라에 이렇게 멋진 도로가 남아 있구나. 제발 이 도로가 망가지지 않기를 이었다. 이리 저리 돌아가도 언제나 나의 오른쪽에 있어주던 바다이 모습은 말로 표현이 안되는 편안함 이었으며 나의 왼쪽으로 보이던 보리밭은 풍성한 잔디밭을 연상시키는 푸르른 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 길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그것이 혼자이든 여럿이든 상관없이. 장기곷 도착, 평범한 듯 보이는 평지에 평범하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던 등대와 그 앞으로 보이는 바다에 세워진 손 모양의 조각, 일출을 잡으려는 것일까? 아니면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기원일까? 하지만 그 조각이 외로워 보이고 힘겨워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분명 쌍으로 만들어진 두개의 손이건만 서로가 위치한 곳이 다르고 손벽조차 마주치기 어려운 거리의 간격 때문일까?

 

바다 냄새가 난다.

사람들에게 서도

마을에서도

심지어 버스에서도

바다 냄새가 난다.

 

바다가 버스를 물들인 것일까?

버스가 바다에 물든 것일까?

내게도 바다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나도 바다에 물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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