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묻다!
익산 가는 길 본문
1. 출발
나이가 들어가면서 적어지는 것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기대라는 것이 가장 적어지는 것 같다.
전주에 내려가는 김에 익산 여행을 계획했다.
아침 일찍 전주로 향했다. 그러나 여행이 주는 설레임 또는 기대감은 거의 0에 가깝다.
전주에 들려 일을 보고 나름 맛집이라는 어죽집을 찾아갔다.
죈장!
내부 수리 중이다.
급하게 다른 식당을 찾았다. 순대국집, 지난번 전주에 왔을 때 중앙시장에 있던 순댓국 맛집이라고 들렸던
식당은 식당 내부에서 누린내가 심했고 맛도 평범해서 이번 식당에 대한 기대도 높지 않았다.
“금남순대” 네비에 상호를 입력하고 약 10분을 달려 도착, 도로가 옆 좁은 골목길 입구에 있는 식당이다.
주차장을 찾을 수 없어서 길가 상가 옆에 차를 세우고 식당에 들어갔다. 순대가 피순대다. 일반 당면 순대와는
다른 돼지 내장에 돼지피와 야채, 밥 약간의 당면을 넣어 만드는 순대로 어릴 때 할머니가 집에서 만들었던
맛과 비슷한 맛이었다.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식감이 익숙하지 않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딸아이는
처음 먹는데도 맛있게 잘 먹었고, 집사람은 1개 먹어보고는 자기 스타일 아니라며 포기, 난 어릴 적 할머니
손맛을 아주 조금 느끼며 맛있게 얌!
식당을 나와 익산으로 출발
익산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볼 만 한 곳을 찾아봤는데 미륵사지 밖에는 유명한 곳이 없었다. 나름 가볼 만 한
곳을 찾아서 코스를 짜고 보니 첫번째 방문지는 왕궁 포레스트. 실내 식물원인데 입장료가 5,000원
식물원 내부가 많이 넓지는 않아서 10~20분 정도면 다 볼 수 있지만 나름 포토존도 꾸며져 있고 식물들도
보기 좋게 잘 가꾸어져 있어서 봄이나 가을 꽃이 만발할 때 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식물원 옆에 있는 건물 2층은 갤러리를 가장한 쉼터로 편안한 쇼파와 의자가 비치되어 있으며 정면 통유리로
보이는 저수지 뷰가 나쁘지 않았다.
두번째로 들린 곳은 구룡마을 대나무숲
여기는 개인 사유리에 조성된 대나무 숲인데 출입구 찾기가 쉽지 않다. T멥으로 검색하면 한증막 건물로
안내하는데 한증막 건물 뒤편에 올라오는 입구가 있다. 우리는 왠 한증막? 이려면서 뒤돌아 나와서 마을로
들어갔는데 마을길을 따라가다 보면 커다란 느티나무가 나온다. 느티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길을 따라 가면
위쪽 입구가 나온다. 여기 대나무 숲은 담양 죽녹원처럼 관리가 잘된 그런 길은 아니지만 대나무가 자연스럽
게 자라고 죽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닥에 쌓여있는 대나무 껍질을 밟는 느낌도 괜찮았다.
다음 목적지는 미륵사지
하지만 더운 날씨에 잠시 휴식을 위하여 커피전문점 방문, 1시간 정도 쉬고 다시 미륵사지로.
미륵사지에 방문 후 급 실망, 정말 넓은 터에 미륵사지 석탑 하나만 덩그러니, 경주 황룡사지를 보던
느낌과는 조금 다른 표현하기 예매한 느낌을 느꼈다. 미륵사지를 나와 왕궁리 유적에 들렸다. 그러면서
미륵사지에서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백제의 왕궁이 있던 곳. 이곳도 역시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터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백제의 유산들은 신라의 유산들처럼 온전하게
남아있지 못한 것에서 오는 씁쓸함 인듯하다.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기위해 택시로 이동 오늘의 저녁 식사는 낙지곱창 볶음, 나름 유명한 동서네낙지
본점에서 중자를 시키고 대패삼겹살 추가, 그런데 대패삼겹은 실패, 낙지곱창은 아주 맛있었는데 대패삼겹이
추가되면서 맛이 느끼해짐에 따라 밥도 볶아 먹지 못했다는…(음식 사진은 잘 안찍는 관계로 없습니다.)
숙소 도착 후 죽음 같은 잠으로
둘째 날
늦은 기상으로 인하여 일어나자 마자 식당으로 출발, 아침 메뉴는 순두부찌개, 숙소에서 좀 떨어진 미륵사지
근처에 있는 맛동 순두부, 식당에 들어가 순두부 주문, 밑반찬과 함께 인절미가 인당 2개씩 나오는데, 인절미
인정. 이 또한 할머님의 맛. 왜 충청북도 놈이 전라도 전주에서 할머니의 맛을 느끼는지, 울 할머니도 충청도
분이셨는데. 거기에 순두부 찌게도 훌륭, 잡스러운 해산물이나 달걀없이 약간 매콤한 양념(고추기름 아님)에
직접 만든 순두부 가득, 밥을 말았는데 밥보다 순두부가 더 많았다는.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 “고스락”으로
입장료는 없지만 인당 1만원씩 물건을 사달라는 안내문을 보며 고스락 안으로 입장, 첫 풍경은 장독대를
가득 채운 항아리들, 어마 무시하게 많은 항아리들과 잘 관리된 나무들, 결국 된장 한 단지 구매
(맛은 아직 못 봄)
두번째 장소는 교도소 세트장
뭐 여러가지 드라마, 영화를 찍었다는데 나에게는 강철부대 시즌1에서 구출 작전했던 장소로 기억되는 곳이
었다. 솔직히 볼 것 별로 없었음. 뭐 무료이고 죄수복도 빌려주기에 연인들이나 젊은 친구들은 방문해도
괜찮을 듯
교도소 세트장을 보고 나왔는데 시간 예매한다. 집으로 출발하기에도 식사를 하러 가기에도
결국은 전날 가려고 했다가 못간 아가페정원을 들리기로 했다. 주말은 예약제라고 해서 전화를 했더니
예약한 팀 중 2팀이 취소했다며 방문하라고 한다. 아가페정원에 도착하니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요양시설에
붙어있는 정원인데 수목원처럼 꾸며져 있으며 입장료 또한 무료이다. 어제 들렸던 황궁 포레스트의
5,000원이 계속 생각난다. 아가페정원 입장료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돌아보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리는데 특히 메타세콰이어 길이 인상적이었다.
그 숲을 가꾸기 위해 들였을 노력과 시간과 고마움을 절로 느낀다.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한동안 휴식을 취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이 힘들고 시간이 걸릴지라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그래서 기대감 없는 여행 이였고, 돌아오는 길은 막히는 도로에 힘들었지만 집에 돌아와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