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묻다!

몽산을 걷다. 본문

바람이 멈춘 곳(여행)

몽산을 걷다.

風酒醉雨 2016. 6. 13. 16:29

몽산을 걷다.

지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어느날...

카메라를 둘러메고 무작정 달려 간 곳은

언제나 쓸쓸함에 찾아가면 또 다른 쓸쓸함으로 날 반겨주는

꿈꾸는 뫼...

그 쓸쓸함 가득한 솔숲으로 발을 옴긴다.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발을 옴기는 그 순간순간마다

삶의 무게을 이기지 못해 부서지며 내 지르는 솔방울의 비명은

짓눌린 쓸쓸함에 알싸한 청량감을 부여하는 아름다움 한수푼이 되고

걸음 걸음마다 풍겨올라오는 솔향은 알싸한 쓸쓸함에 엷은 희망의 향기를 더하여

나에게로 감싸인다.

그렇게 몽산의 솔숲을 지나면

한걸음 한걸음 나를 잡는 하얀 모래밭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날 반긴다.

그 비릿한 웃음은 바람에 날리여 날 물들이고 나 또한 자조의 웃음을 비릿하게 웃는다.

스치는 사람들의 각양각색 표정을 잠시 읽어보고 그들의 흔적에 눈길을 준다.

표정만큼이나 다양한 개개인의 발자욱이 쉼조차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암시를 주는듯하다.

뒤를 돌아본다.

모래는 내 흔적을 간직하듯 발자욱을 남기고,

그것을 시기하듯 파도는 내 흔적을 지워간다.

그렇게 몽산을 걷는다.

시간이 흐려면서 서서히 지워져가는 많은 것들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 그리고 망각이라는 친구와 함께


                                                           - 2010년의 어느날 -

Comments